ABOUT ME

-

Today
-
Yesterday
-
Total
-
  • FIRST 2019. 4. 12. 20:53

    나, 오늘도 그 꿈을 꿨어.
    이상하지, 원래 꿈은 잘 안 꾸고 지냈었는데.
    텅 빈 하얀 방 같은 공간에, 그 가운데 검은 파이프 의자가 있고 항상 내가 거기 앉아. 그렇게 앉아 시간을 때우다 보면 네가 내 뒤에 서서 날 부르지. 항상 불러주던 목소리로, 내 전신을 훑고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바람처럼, 유리에 부딪혀 부서지는 햇살처럼,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그렇기에 소중한 무언가처럼 가늘고, 꼭 사랑스러운 것을 대하는 것 같이 부드러운 그 울림으로. 너는 언제나 날 그렇게 불렀잖아.
    언제나 그렇게 불리면, 내 뒤에 네가 있으면 돌아봤던가. 돌아보지 않았으려나. 돌아봤겠지. 그래, 돌아봤었어. 하지만 오늘은, 그 때 나는 돌아보지 않았어. 너를 직시하지 않았지. 처음이었었나. 처음이었을지도 몰라. 처음이었겠지. 그래, 처음이었어.
    너를 너무나도 사랑했는데. 모든 걸 다 내주고 싶고 온 마음을 다 바치고 싶어했는데. 이 무거운 감정들을 차곡차곡 모아 하나씩 포장해 네게 매일 안겨주는 게 꿈이었어. 그래서 나는 내 뒤에 있는 널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았어. 그럴 수 있잖아. 그렇지? 넌 항상 네 마음대로 하니까,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는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. 물론 이 이야기가 네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테지만.
    ...내가 돌아보면, 넌 항상 거짓이라는 듯이 흩어졌거든. 햇살 같지, 분명 그 곳에 존재하는데 아무도 잡을 수 없고 담을 수 없어. 나는 그 보드라운 따뜻함에 취해서 네게 애정을 넘겼고. 아마 나 빼고도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, 그런 걸 보면 너는 내가 돌아보지 않아도 괜찮을 거니까. 더 이상 흐르는 물을 잡으려는 고양이는 되지 않기로 했어.
    그렇게 꿈이 끝날 때까지 나는 의자에 앉아 있고 너는 서 있는 거야. 내 뒤에서. 깨어 보면 항상 아침이더라. 별 거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, 그저 몇 분이 흐른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거야. 신기하지?
    이야기가 되게 어지럽다.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. 그냥, 그랬다고. 잘 자.

    'FIRST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    림솔  (0) 2019.04.12

    댓글

Designed by Tistory.